퓰리쳐 사진전 후기
이미 퓰리처전에 왔다 가셨던 분들 중에 '난 너무 좋았는데 쟤는 왜저래?' 이러면 제가 사진보는 안목이 없어서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이름만 믿고 너무 설레발을 떨었던 케이스였거든요. 사진에 대한 애정과 기대에 부푼 가슴을 끌어안고 그 더운 날씨에 헉헉대며 기다리셨다가 고공수직낙하하는 기분을 맛보실 분이 계실까봐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서 이런 리뷰를 올리게 되었네요 ㅎㅎ
토요일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분들의 후기에 보면 1시간 넘게 기다리셨다던가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줄 선지 10분만에 입장을 하긴 했는데 문제는 그 뒤였어요. 관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보려면 줄을 서서 기차칸처럼 차례로 이동해야 하는 식으로 전시회를 보아야 했습니다. 실내는 덥고 사람은 많고……결국 같이 갔던 친구가 어지럼증을 호소해서 중간에 매니저에게 말을 하고 나와서 쉬다가 다시 관람하러 들어갔죠.
전 이런 전시회에서 작품의 질도 그렇지만 관람 환경에도 신경을 쓰는 축인데 후하게 줘도 10점 만점에 4점밖에 못주겠네요. 워낙 유명한 사진전이다보니 사람들도 많았고, 실내 촬영이 안된다는 안내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커다란 dslr을 들고와서 찰칵찰칵 찍어가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사진으로 사진을 찍다니 이거 참…… 싸이홈피에 인증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매니저들도 제재를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보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갓난 애기들의 울음소리까지. 제가 너무 깐깐한 건지는 몰라도 입장료가 싸거나 무료라고 이런 전시회에 너무 어린 아기들을 데려오는 것은 아기에게도, 부모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고통이자 민폐라는 걸 제발 좀 자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작품들에 대해 간략하게 평을 하자면 일단 제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관람하러 갔을 때만 하더라도 전시회가 열린지 얼마 안되서 후기글이 없는 상태였는데 사진 원본이 온 것도 아니고 프린트물이 걸려져 있는 것이 못마땅했습니다. 제가 회화전만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전시회에 굳이 만원씩이나 투자해가면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낑낑대며 설명글을 읽어내려가며 봐야 할 필요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인터넷에서 고해상도로 올라온 사진들을 보는 게 스트레스도 덜 받고 여러모로 편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걔중에는 유명한 작품도 서너 점 보이긴 했지만 관람환경이 쾌적하지 못한 탓에 진득하게 감상하지는 못했습니다. 과거 전시에 촬영된 사진들만 관심이 가더군요. 요즘 인터넷에 멋진 사진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역사적인 현장을 담은 사진들 말고는 큰 감흥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관람한 뒤에 인조 잔디위에 앉아서 음악분수를 관람하며 쉴 수 있는데, 인산인해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는 그만이었습니다. 전시회를 다 돌아보신 뒤에 예당을 한바퀴 돌아보시면 이국적인 분위기의 하늘을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사진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과 데이트 목적으로 오는 분은 불쾌지수의 상승을 맛보실 듯.